피해자보다 가정보호가 더 우선?… "가정폭력특례법 한계"

2016-07-26 10:36:53 게재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 - 가정폭력가해자 체포우선주의 도입제안

가정내 폭력이 결국 비참한 살인으로 이어지는 흉악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여성단체와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인권 보장보다 가정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가정폭력처벌특례법(가특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들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등 현행 가정보호사건 송치는 가해자상담에 대한 효과성도 정밀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며 피해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뿐이라고 지적하며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우선시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입법 목표,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 한국여성의 전화는 "현행 가정폭력방지법의 성격을 보면 궁극적으로 피해여성의 인권을 보장할 수 없다"며 "가정의 보호와 유지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목적조항을 '가정폭력범죄의 피해자와 가정구성원의 안전을 도모하고 인권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특법 제1조 목적조항은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되어있다. 가정을 보호하는 것이 더 우선이며 피해자인 여성의 인권보장은 부차적이다.

치안정책연구소의 이기수 경찰연구관 또한 가특법의 입법목적을 명확히 해 가정보호보다 피해자 보호를 우선순위로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제정 당시부터 비판받아온 가정보호라는 목표설정은 피해자보호를 오히려 소홀하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를 수정해 입법의 최우선 목표를 피해자 보호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 가해자는 안방이 아닌 경찰서로 =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8년부터 시행된 검찰단계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가정폭력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처벌로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장은영 한국여성의 전화 인권정책국 연구원은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대상사건의 처리지침을 보면 상습범 또는 재범이 우려되는 사건과 기소할 경우 보복이 우려되는 사건의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형사처벌이 필요한 중대사건으로 분류될 만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소유예로 처리하는 것은 형사사법체계에서 형평성에서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실제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1년 상담위탁 보호처분 혹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가정폭력사건분석 결과를 보면 칼, 가위, 도끼 등 흉기를 사용해 피해자를 다치게 한 경우가 25.5%에 달했다.

이기수 연구관도 현행 특례법이 형사처벌과 보호절차로 이원화하여 취하고 있는 제재구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정폭력은 중한 처벌을 받지 않는 경한 범죄'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제재의 이원화구조를 과감하게 형사절차의 특례사건으로 일원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상담을 이수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점도 문제다. 2013년 여성가족부가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가해자의 상담이수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상담을 이수하지 않은 비율이 35%였으며, 특히 보호시설 입소 피해자의 경우는 60%나 되었다. 가해자의 이런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가정폭력 피해자는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여성의 전화는 20대 국회에 정책제안을 하며 "가정폭력 범죄자 체포 우선제도를 도입해 사회적 범죄로서의 가정폭력에 대한 가해자 처벌 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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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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